작가노트/작품설명

정, 중, 동 
문양에 흐르는 선線 

함께 성장하며 삶의 방식에 자연스레 순응하는 지혜를 식물로부터 배웠다. 한시대의 문화와 사회적 통념과 이념에 귀속된 시대적 환경에서 소외 되었던 나만의 진실한 언어들이  회복되는 계기를 자연의 침묵과도 같은 느린 움직임에서 깨달았다. 식물은 정지된 듯 느리고 죽은 듯 고요하다. 자신에 대한 어떠한 변명과 푸념을 읽을 수 없다. 

 대지에 뿌리 내린 모든 생명의 징후를 푸른 공기에 투영된 나무 그림자에서, 비탈진 언덕을 따라 굽이도는 바람 소리에서, 투명한 빛을 타고 흐르는 드높은 가지 끝에서 정지된 듯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정, 중, 동의 유려한 선율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죽어 있는 듯 차지만 피의 온기를 느낀다. 

 어디론가 가고 있을 뿐 결코 다가오지 않던 살아가기에 대한 진지한 암시를 주듯이 굽은 여러 갈래의 선들이 춤을 추듯 느리게 또는 민첩하게 살아 움직인다. 식물이 창조한 무질서한 질서의 도상들은 말하지 않고 침묵으로 보여 주는 무언의 가르침이며, 고독과 성찰의 추상적 감정의 흐름으로 인도하는 힘을 지녔다. 

 오랜 세월 동안 자연 속 식물들의 선들을 문양이라는 방식으로 표상하였다. 식물의 태態(모양)를 도상圖像적으로 따라하기는 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닮기의 또 다른 방식이다. 의연한 식물의 지적, 철학적 태도에 대한 오마주인 셈이다.

문화적, 생태적 환경에 따라 삶의 방식이 달라지듯 어떤 형상과 문양으로 변모 할 지는 삶에 대한 각각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내밀한 관찰과  생활주변에 즐비한 선들의 유희에 의해 문양은 아름답게 새로운 차원의 미적놀이를 체험하게 한다. 

작가노트

부호화된 문양에 대해 주술이라는 초자연적인 특수능력에 호소하듯 
식물은 인간 생명에 형이상학적 이념으로 침잠하여 내 안에 성장의 잠재력을 보유 하도록 끊임없는 에너지를 부여 했다

문양과 식물을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개인의 사유와 독창성을 현대적 도상으로 재현함으로
비 음성 언어의 무한한 울림에 호응하려 한다. 정신에 잠복되어 있는 이념과 사고의 충돌로 현재의 식물과 수많은 선들(문양)의 하모니로 채워진다. 즉 유토피아의 꿈이 도래되길 소망하며 주술적 문양으로 다시 의미부여 하도록 염원한다.

식물존재에 대한 교감은 새로운 조형언어 표출 의지를 자극하는 한편 작가는 사유를 경작하며 자연 생명력과 더불어 성장하는 상생의 깊은 뜻을 부여하려 한다.